Home 커뮤니티

커뮤니티

커뮤니티
게시글 검색
좋은글 가화만사성 [家和萬事成] When one's home is harmonious, all goes well.
관리자 (tong) 조회수:52 추천수:0 125.143.145.195
2018-11-23 17:07:47
 
가화만사성 (家和萬事成)

집안이 화목(和睦)하면 모든 일이 잘 된다는 말

 

정조 15년(1791), 신해통공[辛亥通共]이 발표되어 사대문 안이 시끄러웠다.
불안해진 시전 상인들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최주문도 그 자리에 참석하였는데, 기실 육의전 중 하나인 면포전을 운영하는 그에게 회의에 참석할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렇다고 평소 상인들의 모임에 관심이 있어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사람도 아니어서 모임에 참여할 의리는 더욱이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왜 최주문이 상인들의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는가 하니, 이는 박인표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었다.

십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최주문은 생각보다 행복하지 못했다.
최주문은 여전히 부유하고, 그의 부인은 여전히 아름다웠으며, 그의 아들들은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자랐다.
하지만 부인과는 다투는 일이 잦아지면서 냉랭하게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아들들은 밖에서 싸움질을 예사로 할뿐더러 질이 나쁜 장난을 쳐댔다. 게다가 형제간에도 사이가 나빠서 서로를 헐뜯기에 바빴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최주문이 야단이라도 치려들면 도리어 대드니, 이 기막힐 노릇에 최주문의 속은 새까맣게 타서 말이 아니었다.
오늘만 해도 오랜만에 부인 손 씨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가 했더니, 새로운 장신구를 조르는 손 씨에게 잔소리를 했다가 서로 언성이 올라가고, 결국 토라진 손 씨에게 진력나서 밖으로 뛰쳐나오고 말았던 것이다.
최주문이 술이라도 진탕 마셔서 기분을 풀어보려고, 주막을 갈까 기생집을 갈까 행선지를 고민하고 섰던 차에 박인표가 대문을 나서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박인표가 나서는 대문가에 부인과 아들 넷이 쫓아 나와, 나란히 서서 배웅을 하는 것이 아닌가.
박인표의 가족이 다정하게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을 본 최주문은 뭔가에 홀린 듯 박인표를 따라 나섰다.
박인표가 도착한 곳이 상인들이 대책 회의를 위해 마련한 연회석이었고, 자연히 최주문도 박인표의 옆자리에 눌러 앉아 의도하지 않게 모임에 참석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애초에 마음이 엉뚱한 곳에 있던 최주문이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일 리 없었고, 시간이 흘러 흥분한 상인들의 언성이 올라가건 말건 이따금 눈치를 봐가며 하품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결국 술잔을 기울이는 속도만 빨라질 뿐이었다.
술기운이 얼큰하게 돌자, 최주문은 망설임을 잊고 박인표에게 말을 걸었다.

“여보시오, 박 형.”

그렇지 않아도 최주문이 하는 모양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박인표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응대했다.

“최 형의 마음은 콩 밭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통 모임에 집중을 못하더이다. 대체 여긴 왜 온 겁니까?”

최주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나는 이 모임에는 관심이 없소. 나는 박 형을 따라 온 거요.”

박인표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나를……?”

박인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최주문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인표는 그제야 최주문에게 뭔가 고충이 있음을 깨닫고,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최 형 표정을 보니 근심이 가득한데 대체 무슨 일입니까? 만일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성심껏 돕겠습니다.”

박인표의 진심어린 표정에, 최주문은 용기를 내어 부인의 일부터 자식들의 문제까지, 속내를 모두 털어놓았다.
박인표는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끝까지 듣더니, 잠시 고민한 후에 입을 열었다.

“수레에 짐을 싣고 가는데, 수레의 바퀴가 헐거워 제 역할 못하면, 소리도 요란할뿐더러 수레의 방향이 틀어지게도 하고 수레를 멈추게도 합니다. 종내에는 그 덜컹거림에, 싣고 가는 물건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정말 큰일이지요? 가족도 이와 같습니다. 그 구성원 하나하나가 각각의 수레바퀴여서, 하나라도 제 역할 못할 경우 문제가 되고 맙니다.”

최주문이 자신도 모르게 울상을 지어보였다.

“우리집은 모든 바퀴가 빠져, 수레 자체가 부서질 지경이오!.”

박인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최 형의 경우, 우선 부부 사이가 지나치게 친근하여 문제입니다. 친근함만 가지고는 제 아무리 위신을 세우고자 해도 바로 서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부부 사이에도 마땅히 지켜야 할 예의가 있고, 공정한 태도로 서로를 대해야 합니다. 상대가 정당한 말만을 하면 자연히 듣는 이는 믿음을 갖고 따르며 순종하게 됩니다.”

최주문이 자신의 무릎을 탁 쳤다.

“옳거니! 그래,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소?”

박인표가 빙긋이 웃으며 일렀다.

“서로를 공경한다는 것이 하루아침에, 손바닥을 뒤집듯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아닙니다. 우선 부부 사이에 존대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존대를 하면 언성을 높일 일이 없어지고, 언성이 올라가지 않으면 다툴 일이 없어지고, 다투지 않으니 자연 사이가 전보다 나아질 것입니다.”

최주문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박인표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아드님들의 경우, 최 형께서 어렸을 때부터 응석을 너무 받아주신 것이 화근입니다. 본래 자식을 낳아, 그 자식이 사물을 분간하게 되면 그때부터 옳고 그름을 가르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만일 어리다고 가르침을 미룬다면, 아이 때의 나쁜 습관이 마음에 깃들어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버리지 못하게 되어버립니다. 때문에 최 형이 아무리 착하고 바른 것을 가르치려 해도 힘이 들게 되는 것이지요.”

최주문이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큰일이야, 큰 일!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이오?”

박인표가 물었다.

“최 형 자제분들의 나이가 어찌 됩니까?”

최주문이 손가락은 꼽아 보더니 답했다.

“큰 아이가 올해 열다섯, 둘째가 아홉, 그 아래로는 각각 두 살 터울이오.”

박인표가 얼굴에 기쁜 빛을 띠우며 말했다.

“다행히 그리 늦지도 않았습니다. 우선 아드님들이 매일 소학을 읽도록 하십시오. 소학을 통해 부모님을 공경하는 마음을 배우고 예법을 익히면 자연히 앞으로 공부해 나아갈 길이 열릴 것입니다. 또 공부를 하다보면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기본 이치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하여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이 깃들면 형제간의 다툼도 자연히 사라질 것입니다.”

최주문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소학으로 예법을 익히고 이치를 깨닫는 것까진 알겠으나, 형제간의 다툼이 없어지는 건 무슨 까닭에서 인가?”

박인표가 답했다.

“형제는 같은 부모로부터 몸을 물려받았습니다. 당연히 형제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지요. 그럼에도 형제간에 미워하는 것은, 분명 그들이 자신의 부모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런데 점점 이치를 깨우쳐 부모를 사랑하게 되면 그 부모의 몸에서 난 다른 자식 즉 형제도 사랑하게 되는 것이지요.”

최주문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박인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말을 이었다.

“끝으로, 부리는 종들에게도 함부로 대하여서는 안 됩니다. 종들은 나를 대신하여 일하는 또 다른 수족과 같습니다. 소중한 가족의 구성원 중 하나인 셈이지요. 주인이 종들을 보살피지 않는다면 그들은 떠날 것이요, 종들이 떠나고 나면 그 집안은 필히 기울고 맙니다.”

최주문은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환하게 웃었다.

“고맙소, 박 형! 내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소이다!”

최주문은 깊이 머리를 숙이고 마음으로부터 감사하였다.

집으로 돌아온 최주문은 그 당일부터 매일 매일을 부인에게 존대하고, 아이들과 함께 소학을 읽었으며, 종들에게는 은혜를 베풀어 먹고 입는 것에 불편함이 없도록 신경을 썼다.
그러자 과연 시간이 지날수록 부인은 남편을 공경하고, 아들들도 아버지를 공경하여 하시는 말씀마다 귀 기울여 따르고자 노력하였다.
또한 종들도 주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허물은 감싸고 좋은 이야기만 밖으로 퍼뜨리니, 최주문의 집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평판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자연히 최주문의 집은 안과 밖으로 화평을 누리게 되었다.
물론 최주문과 박인표의 집안이, 친척간이 부럽지 않을 만큼 돈독한 이웃으로 지내게 된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When one's home is happy[harmonious], all goes well. 

 

 

 

 

댓글[0]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