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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미중 패권경쟁] 황지환 교수 "향후 30~50년, 한국에 어려운 시기" (조선일보-20190129)
관리자 (tong) 조회수:54 추천수:0 125.143.145.195
2019-01-29 17:40:29

[미중 패권경쟁] 황지환 "향후 30~50년, 한국에 어려운 시기"

 

 
미국이 2018년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시작함으로써 본격적인 중국 견제에 나섰다. 패권국 미국이 도전국 중국의 불공정무역, 기술탈취, 각국 국내 정치 개입 등 행태와 신장-위구르 인권, 대만 문제 등에 대해 전방위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과 첨단기술 발전 추세를 그대로 두면 미국과 격차가 점점 좁혀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읽혀진다. 경제력과 첨단기술은 군사력으로도 이어진다.

앞으로 30년 후 또는 100년 후 미국과 중국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미국이 1980년대 소련과의 군사경쟁, 독일 일본과의 경제경쟁에서 도전을 뿌리쳤던 것처럼 중국도 억누를 수 있을까. 아니면 중국이 미국의 패권국 지위를 이어받을까. 패권경쟁은 국제사회에서의 ‘규범과 질서’ 경쟁으로도 볼 수 있다. 미중 패권경쟁의 배경과 전망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자 주]

"글로벌 수준에서 미국 우위, 중국 우위를 얘기하려면 최소한 30~50년은 더 지나야 할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시기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중국 억제에 실패한다면 17세기 명청 교체기나 19세기 청나라와 일본, 서구 열강의 각축전처럼 정체성 위기가 발생하지 않겠나."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틈바구니에서 끼어있는 한국의 현실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황 교수는 미중 패권경쟁의 구조적 배경에 대해 "미국이 여전히 최강대국이지만 예전의 번영에 비해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쇠락하는 강대국의 모든 문제는 국내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적 불평등 등의 문제 때문에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면서 해외에 쏟았던 자원들을 국내로 끌어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여러 면에서 예외적인 국가라는 시각이 많고 소프트파워 면에서 따라올 나라가 없다는 점, 그리고 중국 역시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 등 문제가 있다는 점도 부연설명 했다. 

황 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콜로라도대에서 국제정치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통일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했고,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를 거쳤다. 미국 정치외교, 북한 체제, 동아시아 국제질서 등 분야를 연구하는 국제정치 전문가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가 2019년 1월 3일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했다. 황 교수는 “향후 30~50년쯤 우리나라에 명·청나라 교체기와 같은 혼란기가 올 수 있다”고 했다. / 사진=이경민
-미국이 중국과 무역분쟁을 하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인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와 연결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조를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정치적인 지지를 얻기 위해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 지금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고, 오는 2~3월쯤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중국을 활용할 것이기 때문에 90일 동안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 어떻게 될까.

"미국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중국을 현재 그대로 두기는 어렵다고 합의돼 있는데, 걱정스러운 것은 트럼프가 심하게 싸워서 큰 걸 하나 받고 나면, 승리를 선언하면서 중도에 정책전환 하는 것이다. 이건 용두사미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트럼프가 일정한 양보를 받고 승리 선언 후 유야무야 돼 버리는 것을 더 우려한다. 

북한 비핵화도 미북 1차 정상회담 후에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6~7개월 동안 아무 진전이 없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했고 억류 미국인 3명 송환했다, 오바마가 못했던 걸 내가 했다, 다 잘 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끝나버릴까봐 우려된다."

-미국이 중국에 강경 입장을 가지는 구조적 배경이 뭘까.

"중국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트럼프 행정부 뿐만 아니라 오바마, 부시, 클린턴 때도 이뤄져왔다. 당시에는 중국을 동아시아 지역 안에서의 국가로 인식하고 미국이 이끄는 질서에 포함하기 위한 정책을 취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힘이 강해지면서 이같은 인식이 약화되고 아메리칸 퍼스트 기조가 대두하기 시작했다. 아메리칸 퍼스트 정책 자체도 미국의 상대적 영향력 하락에 대한 대응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 

쇠퇴하는 강대국의 모든 문제는 국내에서 시작된다. 미국도 2008년 금융위기가 있었고, 러스트밸트 지역의 경제 문제와 그에 따른 불평등 문제 등이 있다. 그렇게 되면 국내 문제에 집중하게 되고 글로벌 리더십을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가 남는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사퇴한 것도 이 부분에서 트럼프와 견해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매티스 전 장관도 미국이 이제는 세계 경찰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고 인정한다. 그렇지만 미국이 계속 동맹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세계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는 국내 문제만 얘기한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나 한국, 일본 등 동맹들과 함께 가야 하는데 너무 미국 우선적으로만 한다. 결국 이 문제가 미국의 리더십을 해칠 수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서 물러나도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가 여전할까.

"구조적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미국 경제가 좋지만 과거와 같은 번영을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이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국가가 된다고 하면 해외로 나간 자본을 재분배해야 한다. 국내 경제를 지키기 위해 미군이나 자원, 투자, 원조 등을 다시 국내로 끌어와야 한다. 방위비 분담 문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강대국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컴백홈(Come Back Home·글로벌 축소 전략)이냐, 돈컴백홈(Don’t Come Back Home)이냐의 문제다." 

-미·중 갈등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나.

"투키디데스의 함정 얘기에서는 16개의 사례 중 75%는 전쟁이 일어난다고 한다. 전쟁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내가 보기에도 75% 대 25%의 확률은 맞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좀 더 완만하게 조정을 할 것으로 본다. 지금 상황은 예전 사례와 달리 갈등 조정을 하면서, 특히 트럼프 시대가 지나고 나면 속도조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미국과 중국은 무역, 금융 등에서 이전 사례들보다 훨씬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진 않을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조선DB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문제 뿐만 아니라 산업스파이, 다른나라에 대한 정치 개입 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은 아니라고 하는데 미국 말이 맞나.

"사실이긴 한데, 미국은 예전에 그렇게 하지 않았냐면 꼭 그런 건 아니다. 기술이나 정보 탈취까지는 아니었지만. 미국은 자신이 생각하는 규범과 표준을 전세계에 강요하는 부분이 있다. 인권에 대해서도 중국의 인권과 미국의 인권은 수준이 다르다. 미국과 중국은 결국 ‘표준 경쟁’, ‘규범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각자의 국가 모델과 체제, 기준으로 세계 패권을 잡으려고 경쟁하고 있다. 중국이 기존 흐름을 바꾸려고 하니까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중국식 모델은 명확하게 대안을 마련해주지는 못했지만 미국식 민주주의와는 많이 다르다.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지만 자기들의 체제가 최고라고 여긴다. 국가 운영의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등 민주주의 국가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가치를 내세운다. 

그러나 중국 모델이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매력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독재자들은 권위주의 체제이더라도 경제가 발전하고 정치적으로 안정되는 모델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얘기하는 자유주의, 민주주의 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 패권 경쟁만이 아니라 규범 경쟁, 가치 경쟁을 하는 것이다."

-100년쯤 지나면 중국이 앞설 수도 있나.

"패권경쟁을 과거 경험으로 분석하자면,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보더라도 미국이 새로운 전략이 없으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중국 경제는 시장으로 움직이기보단 재정투자 등으로 원동력을 얻는 면이 있어서 발전의 한계에 대한 우려가 있다. 

글로벌 수준에서 미국 우위, 중국 우위를 얘기하려면 최소한 30~50년은 더 지나야 할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시기가 될 수 있다. 17세기 명, 청 교체기나 19세기 청나라, 일본, 서구 열강의 각축전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때 상황이 앞으로 우리가 겪어야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냉전 50년의 미소 경쟁이었고 냉전 이후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20년 정도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흐름이 있었다. 2010년 이후에는 미국 중심의 규범과 질서가 약화되고 중국이 도전하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은 과도기로 보인다."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미국식 시스템이지 않나. 

"그래서 지금의 번영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주변에 중국 모델이 있어 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미국과 맞는 부분이 많지만 조금씩 변화되는 상황에서는 달라질 수도 있다. 미국이 중국 억제에 실패한다면 17세기나 19세기처럼 정체성 위기가 발생하지 않겠나."

-미국의 효율성이 약화된다고 했는데 그래도 미국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 시스템 아닌가.

"미국은 1960년대 중반이후 베트남 전쟁에서 철수하고도 다시 반등하고, 소련과 군사 경쟁에서도 이겨서 반등하고, 2000년대에도 금융위기 겪고도 다시 반등하고 그랬다. 미국은 예외적인 국가라는 인식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소프트파워 얘기를 많이 했는데 미국만큼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는 없다. 누구나 영어를 배우려고 하고, 시진핑 주석이나 중국 부자들도 다들 자녀들을 미국에서 교육시키고 있지 않나. 미국의 가치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것이 한 단계 발전한다면 미국이 상승할 수도 있고, 그것이 미중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미국보다 나은 국가여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이 얘기하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나 일당 독재, 인권 탄압 등은 인류보편적 가치와 어긋난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그렇지만 중국이 나중에 중심국가가 되면 바뀔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이기 때문에 그 가치를 따르고 있지만 19세기만 해도 제국주의가 대세였다. 강대국들이 식민지 차지하고 마음대로 국경선 긋고 했다. 식민지들이 독립운동을 하기도 했지만 각종 문물이나 사회시스템을 받아들이기도 했던 것 아닌가. 인도의 경우 영어 사용하고, 영국 연방에 남아 있기도 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비핵화가 어려운 것 아닌가.

"미국에서는 북한이 지금도 핵물질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북한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무기를 만들지도 전파하지도 실험하지도 않겠다고 한 것은 신고 검증이나 비핵화 과정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핵 보유국 관점에서 말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다 잘 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 주변에서는 트럼프의 대북 정책을 우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 정도 선에서 이득을 얻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기 자랑만 늘어놓지, 적극적으로 다음 단계로 진전을 시키겠냐에 대해선 의문점이 남는다." 

-그럼 올해는 어떻게 되나. 

"작년 6월12일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상황이 계속되지 않을까. 미국 입장에서 단기적으로 비핵화를 해결하려 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트럼프는 시간을 길게 보고 있는 듯하다. 올해도 아마 작년 하반기처럼 계속 줄다리기하는 협상이 6개월 정도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식 전략적 인내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본다. 올해 1년이 지나고 나면 2020년은 미국 대통령 선거다. 북한이 핵실험,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특별히 분쟁을 일으키지 않으면 트럼프는 그대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의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나.

"북한 입장에서는 불편한 것이고, 남북 경협이나 경제 개발 등에서 한단계 나아가는 데 방해되고 장애가 되지만 북한 체제를 불안정하게 하거나 위기 상황으로 가는 데는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

-북한이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했는데.

"핵실험을 할 수도 있고 미사 일을 쏠 수도 있고, 원래대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말이다. 비핵화 안하고 핵 보유국으로서 자기들 길을 가고 안보를 지키겠다. 김정은은 2017년 11월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하고 대미 핵억지력을 완성했다고 했다. 미국도 자기들에게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고 이젠 안전하다는 거다. 웃긴 얘기인데 핵을 완성하고 나서 비핵화를 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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